그림이 있는 에세이 _ 서로가 서로에게 _ 이승은

그림이 있는 에세이 

 

서로가 서로에게

 

이승은, 화가

 

사회가 점점 더 각박하고 복잡해지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불필요한 교류에 지쳐갈수록 많은 이들이 동물이나 식물로부터 위안을 얻고자 한다. 반려동물과 반려 식물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말없이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고, 나의 손실과 보살핌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 간에 생명에 관한 관심은 각자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관심이 점차 식물로도 확대되어 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존재는 또 다른 존재를 필요로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식물이 주는 따뜻한 위로와 안온한 쉼에 푹 빠져 있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곧바로 한 집에서 나와 함께 지내고 있는 70개가 넘는 화초들을 하나씩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우선 나는 물을 줘야 하는 식물들을 분류하고, 시든 잎을 따준다. 그리고 봄·가을 분갈이가 필요한 식물들에는 새 흙을 갈아주면서 서로 말없이 온기를 나누고 있다. 이 순간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고 고요한 시간이다.

 

그렇게 나는 고양이 다음으로는 화초를, 화초 다음으로는 가족들을 챙기며 하루를 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은 나에게 하다 하다 화초에도 우선순위가 밀린다고 하면서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배고픈 고양이가 스스로 캔을 따지 못하고, 목마른 화초가 스스로 물을 찾아서 마시지는 못하니, 어쩌면 말 못 하는 대상들을 먼저 챙기는 일이 당연한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나의 손길이, 나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화초 중에서도 몬스테라는 생각보다 식물 초보인 사람들도 키우기 쉽고, 집안 곳곳 어디에 배치하더라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다 보니,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하고 멋진 실내장식 효과를 낼 수 있는 식물이다.

몬스테라는 주로 열대우림(熱帶雨林)에서 서식한다. 이 식물은 바닥에서 자라는 식물들에 골고루 빛과 빗물이 닿게 하려고 잎이 찢긴 채로 진화했다고 한다. 이러한 자연의 진리는 특별한 배려까지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종종 집안에서 고양이 사진을 찍다 보면, 장식성이 매우 뛰어난 몬스테라를 배경으로 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10월호 표지 작품도 그렇다. 몬스테라와 고양이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면서 감상자에게 조용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그동안 눈으로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서로를 경계하고, 자기 행동에 스스로 제약을 받으며 일상을 보냈다. 이 작품은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견뎌낸 우리 자신에게 전하는 위로의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 진심이 닿기를.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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